Conjuring Constellations
Noh, Sang-Kyoon
March 18 - April 17, 2011
통의동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한 갤러리 시몬에서는 시퀸이라는 소재로 평면과 입체작업을 선보여온 노상균 작가의 개인전을 3월 18일부터 갤러리시몬 이전 개관전으로 개최한다. 노상균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 세비야 비엔날레, 독일 ZKM 등 해외 유수의 아트센터에 초대되어 국제적인 평가와 더불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고 또한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 노상균은 1958년 논산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뉴욕의 프랫 대학원(Pratt Institute)에서 회화(Painting)를 전공하였다. 2005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활동중인 작가는 2011년 4월 28일부터 뉴욕 Bryce Wolkowitz Gallery에서의 개인전도 앞두고 있다. 1999년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시퀸으로 감긴 명상적 불상 조각과 치밀하게 계획된 거대한 평면설치 작업으로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초월적인 감동과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작가는 이어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다. 이후 작가는 뉴욕, 밀라노, 런던, 도쿄, 바젤 등 현대미술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거치며 끊임없이 국제적인 작가로의 기반을 다져왔다.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대부분의 미술관들에 소장되어 있고, 2009년 미국 휴스턴 미술관에도 영구 소장되었다.
작가 노상균은 평면에서 입체적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명암과 대조를 사용하듯이, 시퀸을 배열할 때, 그 각도를 달리함으로써 평면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회화의 경우, 이러한 입체감이 전적으로 작가에 의해 결정이 되며, 관객은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뿐이다. 반면에, 노상균의 작업은 작가가 시퀸을 배열한 각도뿐만 아니라, 관객이 자신의 위치를 짓는 것에 따라서도 입체감이 변화하게 된다. 이로써, 그의 작업은 매우 주관적이며, 관객 참여적인 작품으로 읽혀질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새롭게 발표하는 작업에서 캔버스 위의 시퀸이 만드는 유기체적인 형태들은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이 패턴은 곧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인류학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인, 별의 재현 혹은 해석이다. ‘별자리(Constellation)’ 시리즈는 다소 고독했던 그의 과거 작업과는 달리, 그가 조우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는 그가 만난 지인들의 별자리의 순서에 따라 작업하였으며, 그래서 실제의 십이궁도의 순서와는 다르다. 그리하여 그의 여정은 일방통행이라기 보다는, 인생과 같이 전진과 후퇴 등이 뒤섞인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그는 균형과 비(非)균형 사이에 그의 자리를 찾았으며, 그 공간에서 그만의 미학을 만들어 내었다. 노상균의 과거 작업이 완벽하게 기성품을 감싸서 원본의 물질성을 감추었다면, ‘별자리’ 작품은 캔버스에 많은 여백을 남김으로써 그 공간과 캔버스 밖의 공간을 그 작품의 일부로 만들었다. 이는 다양한 색의 사용이 지양되어 흰 종이와 먹이 하나를 이루는 조화를 창조해내는 유교의 수묵화와도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별자리(Constellation)’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기성 작가가 성공적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그의 작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작가의 개인적 신화는 이제 그의 작업 속에서 확대되어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양적 유산을 간직함과 동시에 포스트모던적인 글로벌 시대정신을 잘 읽어냄으로써 유머를 간직한 작품의 여정을, 작가는 또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